[추천 갤러리] 인사동 화랑계의 중심지, 노화랑
[추천 갤러리] 인사동 화랑계의 중심지, 노화랑
  • 임수빈 (주)윤승, 윤승갤러리 대표
  • 승인 2018.10.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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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랑 전경 (출처: 윤승갤러리)
노화랑 전경 (출처: 윤승갤러리)

 

아직은 오래되지 않은 한국 화랑사에 있어서 미술문화 형성 과 한국미술시장의 시작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해오며, 한국 근·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면서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던 노화랑 

인사동은 한국 미술계의 핵심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의 전시장은 이전과 무척 달라진 지형도를 보이고 있다. 인사동에 고미술상가와 고서적 가게들이 들어선 것은 대략 일제강점기부터였다. 이후 1970년대 들어와 바야흐로 화랑이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대화랑이 그 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뒤를 이어 동산방을 비롯해 많은 상업화랑과 관훈갤러리 등의 기획전시공간과 대관화랑 등도 앞을 다투어 들어섰다.

1977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송원화랑'이 개관을 했다. 노승진 사장은 현재 가나화랑의 이호재 사장과 함께 인사동에 화랑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발을 디뎠는데 당시는 그야말로 미술시장의 호황기였다. 무엇보다도 동양화 붐이 크게 일어 났던 시기이자 동시에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들이 작품 역시 고가로 팔리기 시작하던 때가 또한 바로 그 시간대였다. 이른바 좋은 시간에 화랑을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 인사동 초기 시절에 출발한 송원화랑은 전형적인 한국 근현대기 거장들의 작품을 주로 다루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니까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남정 박노수, 산정 서세옥 및 이중섭, 박수근, 도상봉과 남관, 김환기, 오지호, 장욱진, 임직순, 천경자, 권옥연, 변종하, 박고석, 최영림 등등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이 그 당시 송원화랑이 주로 다루었던 이들이 작품이었다. 이들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주로 다루면서 성장해온 송원화랑은 최고의 작가, 작품만을 엄선해서 선보였던 곳이다. 이처럼 송원화랑은 1977년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한국미술시장의 정립과 발전에 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의 동서양 회화사 정립에 있어서 많은 기능을 한 작가를 다루었으며 이후 점차 동시대 작가들, 예를들어 한만영, 김태호, 지석철, 이두식, 주태석, 서용선, 김춘수, 이호철, 이수동, 이원희, 이열, 주태석, 김태호, 장명규, 한만영 등의 전시를 마련하여 역량있는 작가들이 미술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역할하면서 한국 미술 문화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1996년, FIAC에 참가함으로써 국제미술시장에도 진출하였다. 한편 1996년에 현 위치인 종로구 관훈동으로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전하고 화랑 명 역시 송원화랑에서 노화랑으로 바꾸었다. 세련된 건축양식과 갤러리로서 매혹적인 공간 구성으로 인해 인사동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 1996년, 당시 개관을 기념하여 <미술로 본 20세기 한국인물>전을 개최하였다.

이후 1997년 <백자>전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미의 정수를 확인하는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고 이는 현재까지 틈틈이 기획해오고 있는 전시다. 그리고 <이강소> <윤형근> <송수남> <박석원>전과 같은 대가들의 회고전 및 매년 <작은 그림 큰 마음>전 등을 기획·전시하여 한국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역량을 제시하였다. 최근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노화랑에서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사동을 대표하는 화랑으로서 명성을 갖고 있는 노화랑은 전형적인 상업 화랑인 동시에 과거의 명성을 지닌 거장들과 함께 동시대의 유망한 작가들을 균형감 있게 제시하고 있는 화랑이기도 하다. 

 

노화랑이 추구하는 성격의 한 일단이 이원희 작가의 그림의 성격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기에 노화랑에서는 이원희의 구상화가 자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 전시로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이원희의 풍경 전시가 흥미로웠다. 눈이 쌓인 겨울 산의 풍경을 그린 구상화로서 깊고 서늘한 겨울산과 우뚝 솟은 나무와 오랜 시간을 침묵으로 거느리고 있는 바위가 있는 풍경이었다. 마치 산행을 통해 산 정상으로 육박해 올라가는 시선과 몸의 이동으로 인해 만난 장면이고 따라서 보는 이를 저 산의 정상으로 바짝 끌어올리고 있는 풍경화였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서양화지만 화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맑고 서늘한 흰색/회색 톤, 탄력적이며 두드러진 붓 질, 대상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공간구성, 동양화의 모필에 유사한 감각적인 붓질의 운영 등에서 무척 산수화에 근접한 풍경화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작가는 서양화재료를 통해서도 다분히 동양화의 산수화에 근사한 그림을 추구하고 있어 보인다.

이는 서구의 재료를 통해서도 동양 그림의 정서, 정신, 분위기에 부응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모색에서 나온 것일 듯하다. 전형적인 풍경화에 해당하며 그림을 통해 한국 자연의 한 실체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교한 재현술에 기반한 작가의 그림은 우리 산천의 어느 한 장소가 사실적으로 호출되어 있다. 이원희는 겨울 산의 한 부위를 감각적으로 포착해서 다시 보여준다.

여기서 겨울산은 소재로 머물지 않고 겨울이 주는 계절감과 그로 인해 전해지는 감각적인 전이를 전달하는 매개로 놓인다. 그것은 겨울풍경을 그린 산수화에서 받는 감정과 유사하다. 한편 흰색조의 무한한 뉘앙스가 펼쳐져있는 화면은 단색 톤으로 섬세하게 조율되어 있고 매혹적으로 빛난다. 더불어 붓질의 이동과 떨림, 문지르고 펴나가는 속도와 강도, 그 이완의 진폭이 운율적이고 그만큼 회화만이 주는 매력으로 넘쳐난다. 동시에 원근이 부재하고 따라서 깊이가 사라진 화면에 납작한 붓질이 캔버스의 물리적 표면구조를 환기시켜 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형적인 재현회화이면서도 그 안에 회화의 자율적인 구성 체계를 밀어 넣고 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그림은 한국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겨울풍경이 안겨주는 매혹적인 느낌을 다시없이 복기하게 해주는 그림이다. 이 겨울 산을 통해 작가는 한국자연의 전형성과 풍토성을 매력적으 로 환생하고 있다. 보는 이의 온 감각을 겨울 산의 한 복판으로 밀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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