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진료 통해 모두가 평등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언, 가천대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
AI진료 통해 모두가 평등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언, 가천대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
가천대 길병원, 2016년 9월 국내 최초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
‘의사’ 중심 아닌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 갖춰져야
  • [월간 스타트업4 임효정 기자]
  • 승인 2018.10.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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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단장이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자료:도전과나눔)
이언 단장이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자료:도전과나눔)

[월간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국내외 의료 시스템은 대부분 ‘의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AI 진료를 도입해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언 가천대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이다. 의료계 전체를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언 단장을 <스타트업4>가 만나봤다.

Q 01. 어떻게 AI진료를 시작하게 됐나?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2014년부터 2년 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발표를 했다. 그것을 보고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구나”라는 문화적 충격을 받고, 공부를 했다. 그 후, 2년 동안 준비해서 2016년 9월 달에 가천대 길병원에 AI 진료를 도입했다. 마침 2016년 3월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따라한 것이 아니라 2014년부터 AI진료의 도입을 준비해왔다. 주변에서 “무슨 동작이 그렇게 빠르냐, 어떻게 6개월 만에 도입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길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AI 진료를 도입했다.
길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AI 진료를 도입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AI 도입 준비는 어디에서 주로 했나?
준비는 2년 동안 주로 한국 IBM 코리아에서 준비했다. AI 진료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정말로 쓸 만한 것인지, 호기심이 생겨서 틈만 나면 여의도에 위치한 IBM 코리아에 가서 준비했다. 기술 상무 2분에게 과외를 받았다.

Q. 왓슨 암센터의 의료진 현황은 어떠한가?
ID, PW를 우리가 주면 암에 관련된 모든 의료진들이 암 진료 시스템에 접속해서 AI 진료를 볼 수 있다. 암과 직접 관련된 의사들만 적을 때는 40명에서 많게는 60명까지 쓰고 있다. 앞으로 트라우마, 뇌혈관사고(CVA, cerebrovascular accident), 당뇨 등 다른 분야로도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전 부문의 의사들이 다 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AI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굉장히 좋다. 환자들은 7500원만 지불하면 된다. 이는 인공지능을 사용했다고 해서 내는 금액이 아니라, 의사 6~9명이 모인 과학적 수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 경제적 수익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Q. 환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진료를 받게 되지만, 병원에서는 AI 도입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병원에서 AI 진료 도입에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의사들이 힘들다.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아졌다. 적응을 해야 한다. 의사들의 만족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것이 가장 큰 숙제다. 어떻게 하면 의사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과제다. 환자들은 대만족하고 있다. 7500원을 내고 황제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사들은 버든(burden, 부담, 짐)이 되고, 굉장히 힘들다. 시간도 많이 써야 한다. 

Q. 7500원이라는 비용은 어떤 비용인가?
환자 한 명이 AI 진료를 볼 때 드는 비용이다. 최대한으로 인공지능을 썼을 때 드는 비용인데, 이것은 인공지능을 사용했다고 해서 내는 비용이 아니라, 6~9명의 의사들이 모였기 때문에 내야 하는 비용이다. 

Q. AI 진료 도입의 목적은 무엇인가?
커뮤니티로부터 신뢰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신뢰는 돈으로 얻을 수 없다. 몇 백억을 들여서 홍보를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길병원이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같은 신뢰가 생길 수는 없다. 10억 들여서 멋있게 광고를 해도 생기지 않는다. 길병원은 길병원일 뿐이다. 인공지능 진료를 통해 진료 의사 결정 수준을 뉴욕에 있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수준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낫다.

길병원은 암 진료와 관련해 환자들에게 신뢰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길병원은 암 진료와 관련해 환자들에게 신뢰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현재 암 진료 관련 길병원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고 보나?
길병원이 암을 진료하긴 했지만, 암으로 이름을 떨친 병원은 아니다. 뇌과학으로 유명한 병원이다. 암 진료는 앞서 말한 BIG4(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가 제일 잘한다. 우리가 암 진료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우리도 암 진료를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암 진료를 잘 한다고 표방을 한다고 해도 갑자기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특히 인천 사람들은 서울이 가깝기 때문에 서울로 가지 인천 길병원으로 오지 않는다.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만 가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 갈 수 있는데 굳이 길병원으로 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길병원이 삼성병원과 똑 같은 진료를 한다, 길병원에서 진료 받아도 된다”고 말한다고 해도 두 병원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믿음을 줘야 한다. 

AI를 레버리지(지렛대, leverage) 삼아서 인천 커뮤니티에 길병원이 훌륭한 AI를 들여왔다고 호소를 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 청구액수가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5대 암 즉,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의 진료비 청구 액수 기준이 이를 뒷받침한다. 환자가 얼마만큼 와서 얼마의 진료비를 쓰고 갔는지 적나라한 데이터가 이를 나타낸다. 환자들이 길병원에서 암 진료를 받은 뒤, 청구한 금액이 암 진료 랭킹이라고 보면 된다. 2016년 이전에는 5대 암의 청구 액수 기준 ‘베스트10’에 전혀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AI 진료를 1년 이상 하다 보니 5대 암 중에 3가지 종목이 ‘베스트10’에 들어갔다. 그만큼 믿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2개 암은 12등과 14등을 했다. 장족의 발전이다. 

Q. 다른 병원에서는 왜 AI 진료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보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왜 삼성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AI 진료를 도입하지 않는가?” 이들 병원은 급하지 않다. AI 진료를 도입하지 않아도 사람이 넘쳐난다. 인공지능을 하지 않아도 신뢰가 높다. 절실하지 않다. 길병원은 절실했다. 입장이 다른 것이다. 물론 향후에는 AI가 다 도입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적인 절박한 목표는 우리 커뮤니티로부터 신뢰와 신용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였다. 신용은 웬만큼 노력과 돈을 가지고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의료진과 비싼 장비를 사도 되지 않는다. 삼성의료원에서 의사를 길병원에 데려와도 길병원 의사가 될 뿐이다. 이 의사는 삼성의료원에 있을 때 유명한 것이지 길병원에 오면 길병원 의사와 똑같아진다. 

Q. 길병원은 인공지능 왓슨 도입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나?
최종 목표는 무한하다. 다만, 주로 AI가 구동이 돼서 돌아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쓰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AI로 작동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최고가 안 되도 좋다. 병원의 모든 시스템의 기변에 AI가 깔려 있어서  최적의 진료를 환자들이 상당히 적은 금액으로 받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병원은 일반 회사나 공장처럼 수익만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병원은 회사처럼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생산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익만을 쫓다 보면, 잘못하면 악덕 병원이 될 수 있다. 환자, 보호자들의 주머니만 많이 털어내는 병원이 될 수 있다. 적은 돈을 들여, 좋은 진료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꿈이다. 좋은 진료를 위해 무작정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진료의 질을 만들어내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신용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다른 대형 병원에 가서는 1000만원을 들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길병원에서는 100만원을 들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환자들이 길병원으로 오게 될 것이다. 비싼 MRI, 유명한 박사, 깨끗한 병실과 환자복, 친절한 간호사 등 다 필요 없다. 삼성의료원과 똑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돌고 돌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진료 결과가 좋아야 한다.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A병원에 갔더니 생존률이 50%라고 나왔는데, 길병원에서는 70%라고 나온다면, 길병원으로 올 것이다. 그것이 환자들의 마음이다. 의료는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짓는 삶의 현장이다. 특히 암 환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 곳을 찾아간다. 

앞으로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현재 헬스 케어 시스템의 주요 결함, 단점은 무엇인가?
환자 중심 진료가 아니다. 의사 중심 진료다. 내가 아프면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것부터가 환자 중심 진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환자가 아프면 병원과 의사가 환자를 찾아와야 궁극적인 환자 진료가 된다. 내 안방까지 찾아와야 환자 중심 진료다. 

Q.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외국도 마찬가지다. 의사, 병원 중심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의료 체계가 의사 중심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시스템도 접근성이 좋으면 괜찮은데, 접근성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소득의 격차는 없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나, 적게 버는 사람이나 똑 같은 진료를 받는다. 미국처럼 보험 상품에 따라 진료가 달라지지 않는다. 싱글페이고, 싱글보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10원 내는 사람과 200만원 내는 사람이 똑 같은 진료를 받는다. 환자들이 소득의 격차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소비에서의 격차는 느낀다. 내가 힘없고, 돈 없고, 빽 없으면 대형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만나기가 매우 힘들다. 예약하면 되지만, 3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명이 짧으면 의사를 만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접근성의 제한이 있는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의사 수, 병원 수는 한정돼 있다. 우수한 보증된 의사들은 한정돼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형병원으로만 환자들이 몰리게 된다. 접근성의 불평등이 생긴다. 아무리 ‘김영란법’이 있어도 안 막아진다. 법으로 할 일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법으로 막아도 옆으로 새게 된다.

접근성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수한 병원을 분산시켜야 한다. 우수한 병원을 여러 개 만들어서 어디를 가도 쉽게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디를 가도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에서와 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라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진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 지역 병원의 의사들을 도와서 삼성의료원에서 진료 받는 것과 똑 같은 질의 진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Q. 왜 BIG4 병원에서는 AI 진료를 하지 않나?
주판알을 튕겨 보면, 지금이 좋은 것이다. 실상은 알 수 없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까 라고 추정해 보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계속 몰려줘야 좋을 것이다. 목포에서까지 오던 환자들이 갑자기 목포한국병원으로 가면 병원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목포에 있는 환자가 힘들더라도 꾸역꾸역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대형 병원으로 오는 것이 병원 입장에서는 좋다. 합리적으로 추론해 볼 때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Q. 더 나은 헬스 케어 생태계란 무엇인가?
믿을만한 병원이 많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분산될 것이다.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꼭 BIG4 병원에 와야 할 경우에만 와야 한다. 나라의 숙제 중 하나다. 

Q. 이러한 생각에 다른 의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공감하지 않는 의사들이 더 많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추론해보면, 결국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밑에 깔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의심만 할 뿐이다. 누구나 겉으로는 ‘국민 건강 향상’을 외친다. 모든 병원의 대의명분은 ‘국민 보건 향상’, ‘인류 복지 향상’이다.

Q. 이렇게 AI 진료에 공감하지 않는 의사들이 더 많은 실정인데, 어떻게 길병원에는 AI 진료를 도입할 수 있었나?
내가 길병원의 최장수 기획실장이다. 12년을 했다. 기획실장을 그만둔다고 하자, 병원에서는 기획부원장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일을 시켰다. 길병원에서는 너무 눈앞에 있는 이익을 쫓는 것보다, 우리의 신용과 믿음을 만드는 것이 큰 미래를 위해서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의사들이 더 많다. 

하지만 내 목표는 어떻게 하면 암 진료에 있어서 신뢰를 받을까 하는 것이다. 수단을 인공지능으로 삼았을 뿐이지 목적은 신뢰다. 신뢰는 광고주를 만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계속 지켜보니,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쌓일 때까지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길병원에서는 믿음의 촉매제로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들여온 것이다. 

의료에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에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AI 진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IBM 왓슨 포 온콜로지’ 시스템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의사는 3단계 적정도인 그린(추천), 옐로(적정), 레드(비추천) 처방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린은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추천하는 처방이고, 옐로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와 비슷한 수준의 처방이다. 레드는 추천하지 않는 처방이다. 그러나 이는 인공지능이 추천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절대로 추천해서는 안 되는 처방은 아니다. 

어리석은 의사들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그린은 나도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는 것을 추천받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하나. 귀찮게” 라고 얘기하는데, 생각이 굉장히 짧은 것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목적은 그린, 옐로, 레드 중 사실 레드에 있다. 이는 일반 상식에서는 벗어나는 방법이다. 

의사가 간혹 그럴 때가 있다. “나는 그린이 아니라, 레드를 선택해야겠다”고. 이때, 주치의는 본인이 왜 레드를 선택했는지 다른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의사가 레드라고 결정하면 반드시 따라야 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 환자 당 6~9명의 의사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주치의는 다른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다른 의사들이 “왜 하필 그린을 놔두고 레드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왓슨이 추천하지 않지만 레드를 꼭 해야 되겠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신껏 발언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해야 한다. “의사선생님은 왜 그린을 놔두고, 레드를 할까, 인공지능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환자는 짜증나고 불안할 수 있다. 이때 의사는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야 환자가 동의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병원으로 환자가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오픈돼 의사 결정 과정이 상당히 민주화됐다.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상당한 발전이다. 예전에는 의사가 결정하는 대로 환자는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AI 진료를 하면, 환자에게 선택권이 생긴다. 환자에게 권력이 생긴 것이다. 진정한 환자 중심 진료가 실현될 수 있다. ‘환자 중심 진료’는 말로만 외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AI 진료를 통해 민주화의 중대한 걸림돌이 치워지는 것이다.

Q.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길 수밖에 없는, AI 진료의 단점은 무엇인가?
리소스를 많이 써야 한다. 시간도 많이 들고, 의사도 많이 모아야 한다. 부족한 점은 기술이 진화를 하기 때문에 개선이 될 것이다. 문제는 AI를 단독으로 쓰기를 원하는 의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AI스피커를 하나 놓고, “어떻게 진료해야 할까”라고 묻기를 원한다. “이 약을 쓰려고 하는데, 건강보험료 삭감이 안 될까”라고 묻는 것이다. 이때 인공지능이 “그것을 쓰지 마세요. 건강보험료가 100% 삭감됩니다”라고 대답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사가 단독적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려고 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다. 

AI진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가 책임지게 된다.
AI진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가 책임지게 된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AI 진료 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가 지게 되나?
의료사고 발생 시에는 의사가 져야 한다. 그러나 AI의 쓰임새가 점점 더 많아질수록 법적인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개념은 블랙박스 메디슨(black box medicine)이다. 믿을만하다고 보증된 인공지능을 사용하다가 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이다. 의사가 알고리즘을 들여다봐도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이 났는지 알 수 없다.

블랙박스 메디슨(black box medicine)은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때의 책임은 묻지 말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인공지능이 시킨 A라는 약을 썼을 때, 치료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그것으로 인해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가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마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는지 알고리즘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매번 이것을 살펴볼 능력도 시간도 없다. 

Q. AI 진료 도입으로 인해 미래 의사의 운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적어도 당분간 의사들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하는 일이 고도화 될 것이다.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현재의 3분 진료로 진료를 고도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AI가 도와주면 가능하다.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의사가 하게 되는 진료의 양이나 부담은 훨씬 늘어나더라도 이 부담은 AI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의사의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Q. 의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선이 많나?
많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현실은 걱정한 대로 된다. 그러나 빨리 AI를 도입하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AI를 반대하는 의사가 아니라 AI를 사용할 줄 아는 의사가 돼야 한다. 그 길만이 살 길이다. 다른 의사들은 다 AI를 쓰는데, 안 쓰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쇠칼을 들고 다니는데, 나만 돌도끼를 들고 다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쇠칼이 등장했다고 해서 사냥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냥에 대한 수요가 있는 이상 사냥꾼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냥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옛날에는 돌도끼로 사슴을 한 달에 한 마리 잡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쇠칼로 하루에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언 단장은 의과대 학생들에게도 AI 관련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언 단장은 의과대 학생들에게도 AI 관련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의과대학 학생들은 AI 관련 공부를 하고 있나?
개념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 것은 아예 의예과 2학년은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공학과, 수학과 등과 합동 수업을 시키자는 것이다. 이들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집단 즉, 공대와 의대의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참교육이다. 

Q. 입시에도 AI를 도입해야 하나?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들한테까지 AI 교육 관련 재능 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학 입시에 AI를 넣기는 이르다. 그러나 적어도 의사국가고시에는 1~2문제라도 내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시험에 1문제라도 나오면,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자체를 의사들도 많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입시에 도입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Q. AI 진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걱정 반, 흥미 반이다. 미래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공부 방향이 달라져야 하나, 전공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 때문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는 변혁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Q.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
“방사선과 선택해도 돼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네가 흥미 있는 전공을 해라”라고 답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없다. AI가 변수가 될 수는 없다. 이것 때문에 선택이 달라지는 것은 넌센스다. 왜 고민하나. 모든 과가 다 영향을 받을 것이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하면 된다. 인공지능은 필수다.

향후 의료에 빅데이터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의료에 빅데이터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AI를 도입함으로써 의료계 전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나?
많이 바뀔 것이다. 좋은 시설에 좋은 하드웨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하드웨어는 서로 공유해도 된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으로 무장한 의사들이 환자에게 다가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나처럼 ‘페이스톡’을 다가갈 수도 있다. “오늘은 서초구 토즈에서 진료할 테니 서초구 토즈로 오세요”라고 한 뒤, 토즈를 3시간 대여해서 진료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환자의 데이터를 다운 받아서,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다. 

‘온오프진료’,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섞어서 진료를 해야 한다. 오프라인 진료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의료는 오프라인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다. 오프라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의료는 대면을 해야만 정확성이 높아진다, 사고가 안 난단”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해야 한다. 다만, 사고치는 사람들만 단속해야 한다. 사고날까봐 온라인 진료를 근본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

Q. 사고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나?
해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나는 것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져서 규명을 할 일이지, 사고 때문에 온라인 진료를 다 막는 것은 넌센스다. 선택권을 줘야 한다. 

Q. AI 진료의 보안은 잘 돼있나?
보안은 아무리 잘 해도 뚫린다. 미국중앙정보국인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도 해킹된다. 얻어내는 정보보다 해킹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면 해킹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AI 진료 시스템이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갖췄으면 한다. 꿈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 AI 진료가 도입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길이가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까지의 길이보다 더 길다. 섬이 몇 만 개이고, 언어도 몇 백까지이다. 이런 나라에서 진료의 분산이 안 돼 있으면 의료의 질이 형편없게 된다. 좋은 진료를 받기 힘들다. 이런 나라의 분들에게 AI 진료를 도입해 비교적 균등하고 편등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언 단장이 ‘길병원이 이룩한 인공지능암센터 성공사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자료:도전과나눔)
이언 단장이 ‘길병원이 이룩한 인공지능암센터 성공사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자료:도전과나눔)

[월간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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