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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사업 해부] 도시재생, 도시에 문화 흐름 만들기
[도시재생 뉴딜사업 해부] 도시재생, 도시에 문화 흐름 만들기
지역 안의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가치’ 전승이 중요
  • 이륜구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 승인 2018.12.0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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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타운센드 랜드마크 Hastings Building (출처: Port Townsend Main Street Program 공식 페이스북)
포트 타운센드 랜드마크 Hastings Building (출처: Port Townsend Main Street Program 공식 페이스북)

문화는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활권역이 생겨나고 문화와 예술이 꽃피웠다. 옛 한국의 마을은 우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우물과 강은 도시 형성의 기초가 되었고 도시는 문화, 예술의 기반이었다. 도시가 생성되고 현대화되면서 강과 우물은 수도가 대신하게 되었다. 우물과 강이 사라진 도시는 순환과 생명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일까? 우물과 강의 역할을 수도가 대체했듯 도시의 순환과 생명의 기능에도 새로운 ‘대안’ 이 필요하다.

근래 도시재생이 뜨거운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기본적 개념은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이다. 형성되어 있는 도시 안에 끊임없이 순환하는 ‘무언가’가 기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경제・문화 나아가 도시를 되살리는 일이다. 도시재생에 선행되어야 하는 순환의 고리는 ‘물’이 아니라 물처럼 도시 안을 흐르는 ‘문화’다.

 

한국 정부의 도시재생 전략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여섯 가지의 도시재생 유형을 만들어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100대 국정과제 중 79번째 과제가 도시재생이다. 이번 정부는 도시재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 문재인 정부 도시재생의 핵심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역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기존의 도시재생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주거공간을 개선하고, 산업단지 등을 새롭게 조성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적은 규모의 지역민들과 밀착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정부의 도시재생 전략은 ‘소규모 밀착형 지역주민 주도’로 표현할 수 있다. 자금면에 있어서도 기존 정부가 국토교통부 소관의 국비만 지원했다면 지방비와 각 부처의 사업비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보다 체계적이고 각 부처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새로운 도시재생 전략은 해외 도시재생의 성공사례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의 취지와 부합되는 성공사례는 무엇일까?

 

해외의 도시재생 사례

1) 미국의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

미연방정부는 1980년 ‘국가 메인스트리트 센터 (National Main Street Center)를 설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홍보, 조직 구성, 경관디자인의 4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사업 선정ㆍ컨설팅ㆍ교육ㆍ세미나를 지원하여 지역 자생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이것이 바로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528,557개의 일자리, 120,510개의 신규 사업이 창출되고 617억 달러의 투자효과를 달성했다.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은 정부 주도 혹은 지역민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편적인 지역정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지역정책을 수행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부가 함께 하는 풀뿌리 지역재생 운동이다.

 

미국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 구조 (출처: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미국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 구조 (출처: 건축도시공간연구소)

포트 타운센드(Port Townsend)는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1984년 최초로 프로그램 적용 대상지가 되었으며 199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주변지역을 1900년대 초반에 형성된 빅토리안 양식의 파사드로 복원하고, 바다(부두)->상가군>가로(메인스트리트)->상가군으로 이어지는 공간 패턴을 고려한 가로 정비를 실시했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지역을 ‘역사’를 가진 공공의 지역이라는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의식 변화를 가져오는 데 노력했다. 공간의 외적 변화가 주민들의 내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상가 활성화 이후 직접적인 경제 지원책을 강구하여 ‘저리 융자 프로그램’, ‘사업・조직체 세금 공제 프로그램’ 등 재정 지원정책과 지역화폐제도 같은 관광 지원책을 함께 운영했다. 이는 공간의 변화가 실제 주민들의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포트 타운센드 업타운 스트리트 페어 포스터 및 거리 (출처: ptmainstreet.org)
포트 타운센드 업타운 스트리트 페어 포스터 및 거리 (출처: ptmainstreet.org)
포트 타운센드 업타운 스트리트 페어 포스터 및 거리 (출처: ptmainstreet.org)
포트 타운센드 업타운 스트리트 페어 포스터 및 거리 (출처: ptmainstreet.org)

2) 일본 도쿄 가구라자카

가구라자카(神楽坂)는 1940년대까지 상업과 도시의 중심지 기능을 해왔다. 1945년 미군 폭격으로 가구라자카 일대가 전소되고 1920년대부터 성장한 3대 부도심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가 1960년대 부도심 정비계획 등을 통해 대규모 개발되며 상업의 중심축 역할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가구라자카 도시재생은 1988년부터 시작한다. ‘(구)마을 만들기 추진기구’가 1991년 결성되었으나 1년 만에 해산되었다. 1993년 주민 주도로 이루어진 ‘마을 만들기 회’가 결성되고 1997년 1~5초메(丁目) 대로변을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후 공식 협의체 ‘홍성회(가로 상인회, 지역회, 상점회, 조합회 등 가구라자카의 모든 지역 조직, 신주쿠 구, 지역 NPO 등)’가 구성되고 이후 ‘NPO 멋진 마을 만들기 클럽’도 2003년 설립되었다. 2007년 홍성회가 지구계획을 정리・제출하고 수정 보완을 거쳐 2011년 추가 지구계획이 수립된다. 이런 계획 이외에도 ‘마을 위를 나는 페스타’라는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축제도 병행했다.

가구라자카의 특징은 주민, NPO, 행정이 동반하는 구조에 있다. 거기에는 지역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홍성회’가 있다. 홍성회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주민협의를 통해 계획 수립을 진행하고 이에 필요한 전문지식은 NPO 등의 자문을 통해 얻는다. 그리고 최종 확정된 계획을 정부가 보조하는 형태다.

가구라자카 도시재생의 핵심이 된 ‘홍성회’는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이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도시재생이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나아가 마을을 중심으로 하되 기존의 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협동의 과정이 특징이다.

 

가구라자카 마쓰리 축제 (출처: Shinjuku Convention & Visitors Bureau)
가구라자카 마쓰리 축제 (출처: Shinjuku Convention & Visitors Bureau)
가구라자카 대로 및 골목 (출처: https://11011110.github.io)
가구라자카 대로 및 골목 (출처: https://11011110.github.io)

이 외에도 해외의 도시재생 사례는 다양하다. 홍콩 웨스턴 마켓과 성완퐁, 일본 나가하마와 가나자와 등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도시들이 도시재생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한국적 도시재생을 위하여

이제 해외의 사례에서 벗어나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새로운 ‘소규모 밀착형 주민 주도’ 도시재생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국적 도시재생의 핵심은 ‘지역 역사‘ 이해다. 우리 도시는 6・25 이후 새롭게 형성되었다.

도시가 빠르게 변화했고 과거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럼에도 고고히 흐르는 과거의 이야기가 우리 곳곳에 남아 있다. 도시 곳곳에 ‘OO터’의 흔적만 남아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먼저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역사’를 꺼내야 한다. 역사는 하나의 이야기며 우리가 살아온 흔적이다. 우리 역사의 흐름에는 일제강점기, 전쟁 등 많은 아픔으로 단절된 기억이 많다.

그럼에도 역사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역사를 우리의 삶에 녹아들게 하려면 지역 단위의 향토사 연구와 지역의 흔적이 도시 속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종로의 ‘공평 도시유적전시관’이 좋은 예이다. 공평 지역에 건물을 새롭게 지으며 발굴된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보존하는 방식으로 전시관을 건설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뜻깊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적 도시재생을 위해 역사적 발굴과 더불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이다. 우리 지역의 가치가 보존되고 전승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쉼 없이 불어넣어야 한다. 역사를 발굴해도 알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전승되지 않는다면 이는 세대의 단절을 의미할 따름이다.

현대의 도시는 기존 주민과 신주민의 조화가 필요하다. 새롭게 유입되는 주민들이 기존 도시 공동체 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의 주민들 역시 새롭게 유입된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종로의 ‘통인동’ 쪽은 이런 말이 있다. “여기에서 30년 이상 살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도시는 폐쇄성을 가질 때 소멸한다. 개방성이 중요하다. 고인 물은 썩는다. 새로운 물이 유입되어야 한다. 우물은 고정되어 있는 실체로 인지된다. 그러나 우물 안은 끊임없다. 새로운 지하수가 들어오고 물은 바뀐다. 내가 보는 물은 고정된 우물이지만 우물 안의 내용은 어제의 것과 오늘의 것이 다르다.

단편적인 관점과 눈앞의 이익이 아닌 우리 지역 안의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가치’를 전해주어야 한다. 이제는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 마을의 역사가 ‘가치’ 있음을 자각하고 이를 기존의 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이 함께 공유할 때 또 다른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역사를 발굴하고 꺼내 왔다면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것이 현재를 살아가도록 ‘이야기 꾼’ 혹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민속촌에는 전통 캐릭터 복장을 한 캐릭터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지역 안에 유물과 캐릭터들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유루캬라’처럼 전통적 색채를 담아낸 캐릭터들을 생성하여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고 지역의 역사를 함께 보존 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꾼’의 모습이 필요하다.

캐릭터의 형성과 이야기는 동시성을 지녀야 한다. 한국의 시간이 흐르듯 미국의 시간도 흐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적 흐름은 단순한 층위의 개념이 아니라 동시성을 이룬다. 동시에 다양성이 흐르는 것이다. 하나의 물줄기가 한 마을을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물줄기가 한 지역을 순환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세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70년대 학생, 만화 캐릭터, 조선시대 캐릭터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들이 함께 필요하다. 아이돌의 숫자가 늘어간다는 것은 대중의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캐릭터 역시 지역의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동시성을 가진 ‘여러 캐릭터’가 ‘동시’에 지역과 함께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위의 내용을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교육을 통해 보급하고,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을 위한 이야기(캐릭터) 형성이다.

위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외부의 도움이다. ‘전문가 집단’과 ‘정부’의 도움이다. 향토사뿐 아니라 지역 전반의 교육 및 이야기 형성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지식이 필요하다. 지역 도시재생을 위한 전문가 집단의 ‘의미망 형성’과 정부의 보조가 함께 발맞추어야 한다.

지역에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한 주민의 노력, 이를 보조하는 전문가 집단의 지식 그리고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도시재생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도시 주민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스타트업4, STARTU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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