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진단] 문화는 없고 유행만 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스타트업 생태계 진단] 문화는 없고 유행만 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문제 진단과 나아갈 길
  • 김도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7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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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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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은 단순 창업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고 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는 거대한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나 특정 기업이 막대한 자본으로 국가사업을 기획하던 시대의 사고와는 차원이 다르다. 반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매년 3조 이상 투자된 벤처 펀드가 무색할 정도로 특별한 발전 없이 정체돼 있다. 이러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를 짚어보고 그 원인을 진단한 뒤 대한민국 스타트업만의 색과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함께 알아보자.

90년대 말 창업 붐이 일면서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 이 두 가지가 바로 스타트업 기업의 핵심인 것이다.

먼 과거부터 금속활자, 한글, 측우기, 거북선, 도자기 등을 만들어온 우리 조상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의 DNA를 그대로 이어온 오늘날의 우리는 왜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걸까? 뛰어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탓일까?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일까?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생태계 가치는 세계 20위권 밖이다. 미국은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라는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조성중이고 유럽은 '스타트업 증진계획(Start-up and Scale-up Initiative)'이라는 기치하에 VC 투자 및 혁신적인 유럽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중 창업, 만민 혁신'을 모토로 중국 전역에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사업도 수 년째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왜 미국, 유럽, 중국처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업으로 자리잡지 못했을까? 우리는 언제쯤 우리만의 스타트업 풍토와 콘셉트를 가질 수 있을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악순환의 원인

스타트업 VC 투자

스타트업은 '매력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 투자 → 성장 이후 ‘M&A로 Exit’ 또는 ‘시리즈 B, C 투자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IPO포함) → Exit → 재창업 또는 투자'의 구조로 움직일 때 가장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 핵심은 스타트업도 아니고 지원금도 아닌 '초기 VC 투자 유치와 적극적이고 활발한 M&A'의 유무다. 먼저 VC 투자 관련 해외 사례와 한번 비교해보자. 미국은 '16년 총 4천520건의 투자 계약, 5천815억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유럽은 총 거래건수 3천420건, 총 거래액 162억 유로를 달성했으며, 중국은 스타트업 투자로 총 1천162억 달러가 스타트업에 흘러들어 갔다. 반면, 동기간 한국은 29억 달러의 신규 벤처펀드를 조성했지만 347개 스타트업에 약 10억 달러 정도만 투자가 되었다. 해당 수치만으로 스타트업 투자의 질을 평가하긴 힘들지만 같은 기간에 유니콘 기업이 11개 늘어난 중국과 비교를 해봐도 '14년 이후 유니콘 기업이 없는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및 스타트업 방향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스타트업 M&A

이러한 소극적인 패턴은 M&A 시장에서도 보인다. 국내 창업 기업이 상장을 하기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리기에 M&A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스타트업 M&A는 빈도가 매우 낮은데 '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593건의 M&A가 이루어지는 동안 국내는 겨우 29건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국내 벤처 전체의 M&A 비율이 겨우 4%라고 하니 M&A에 대한 기업 간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M&A는 구매가 아닌 투자다. 이는 단기간에 핵심역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금광과도 같기에 한국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스타트업 창업 인식 문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젊은 이들의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의 한/중/일 창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78.8%는 창업보다는 취업에 관심이 있는 반면 중국 대학생의 40.8%는 창업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창업 희망 업종으로는 한국 대학생의 31.3%가 요식업에 관심이 있는 반면, 중국은 20.1%의 학생들이 IT 창업에 관심이 있었고, 일본은 17.2%가 문화/예술/스포츠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이나 도전보다는 생계형, 저부가가치 창업에 눈길이 쏠려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 청년들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창업 인프라와 가이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며 이런 상황에서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하라는 콘셉트의 스타트업 국가지원사업은 더더욱 문제가 있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콘셉트 문제

현대의 스타트업은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산업에서 핵폭발 같은 폭발력으로 급성장할 스타트업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원사업을 둘러보면 이미 해외에서 유명해졌거나 대세가 되었던 기술을 가져와 이를 지원사업에 넣는 형태의 유행을 타는 지원 프로젝트가 너무나도 많다. ‘블록체인이 대세다, 아두이노가 트렌드다, AI는 장기전이다, AR/VR은 유행이 지났다’ 등등 국가가 중앙에서 스타트업들의 갈 길을 이미 정해놓고 여론을 만들어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문제는 이렇게라도 해서 끝까지 끌고 가서 정말 되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원사업기간이 끝나면 시상식하고 포상금을 주고 보도자료 만들면 끝이라는 것이다. 마치 국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국가 공모전을 하는 기분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구원할 대안은 없을까?

첫째, 스타트업 지원 콘셉트의 변화

스타트업은 철마다 바뀌는 유행가가 아니다. 닷컴 버블, 블록체인 버블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물론 이들은 후에 개별적인 산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 블록체인, 로봇, AI 등 다 좋다. 하지만 국가 지원사업의 역할은 스타트업하는 이들의 굴레를 정해버리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사업이 폭발할지 모르는 금광과 같다. 그 누가 농업이 또다시 새롭게 각광받는 산업이 될 줄 알았는가? 어쩌면 청소업 또는 비서와 같은 대인 서비스업이 새롭게 뜰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이 어떤 사업도 할 수 있게 돕는 장기적인 인프라 콘셉트와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민간 영역에서의 교류

해외 스타트업들은 정부나 연구기관보다는 다른 대기업 및 스타트업들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2017년 벤처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경우 대학과의 협력이 34.7%로 가장 많고 정부 및 국가 연구기간과의 협력이 20.3%, 그다음이 중소∙벤처기업, 대기업 순으로 교류를 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기회를 구해야 할 중소기업 및 대기업과의 교류가 가장 적다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현실과 생태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셋째, 적극적인 VC 투자와 기업의 M&A

미국, 유럽,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쉽게 생겨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단순한 자금지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VC 투자 이후 그들의 성장성에 따라 많은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M&A를 제안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산업구조상 이 둘 모두가 너무나도 약하다. 미국 CB Insight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를 받은 1% 만이 유니콘으로 성장했고 70%는 실패하거나 자금 조달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매년 스타트업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성공하는 1%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이고 화끈한 투자가 필요하다.

M&A의 경우, 앞서 국내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M&A 인프라가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17년 벤처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수합병 환경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기업가치 평가시스템 구축(55.2%')과 'M&A 전문가 및 중개기관 육성(37.6%)' 등 거래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만큼 M&A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

넷째, 처음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구상할 때 해외시장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먼저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금방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글로벌 시장을 따라잡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사업전략기획 차원에서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사업을 시작하면 국내의 수 배, 수십 배에 달하는 투자기회에도 노출될 수 있고 무엇보다 글로벌 서비스는 규제가 덜하기에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면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좀 더 빨리 성장하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와 VC 그리고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초기 자금을 지원하며, M&A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제대로 클 수 있게 돕는다면 현재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처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도윤 칼럼니스트
김도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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