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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학의 도시문화 마케팅] 거리이름(名)도 경쟁력이다
[윤순학의 도시문화 마케팅] 거리이름(名)도 경쟁력이다
  •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 승인 2019.06.05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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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 세계의 명물거리를 아시는가?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 명품 패션 브랜드샵과 낭만 속의 노천카페로 어우러지는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풍광은 세계인의 보편적 로망 스케치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 문화의 거리인 뉴욕 브로드웨이, 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이들과 라이벌인 뮤지컬 브랜드.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거리가 유명하다. 21세기 비틀즈라 극찬 받는 우리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맞는 팬들이 불과 몇 일전 이 광장거리를 가득 메웠었다.

재즈음악의 상징하면 당연히 뉴올리언스의 버번 스트리트를 떠올리고 비틀즈의 애환이 담긴 런던의 에비로드는 비틀즈멤버 4인이 줄지어 건너는 횡단보도 씬!이 뇌리에 먼저 스친다. ~ 멋진! 역사와 추억이 가득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세계 금융의 메카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뉴욕 월 스트리트. 그 거리 한 켠에 위치한 우람한 황소상의 뒷태를, 또는 앞 태를. 사실 안 가본 이도 이미 가 본 듯 익숙한 장면이다. 우리 여의도 금융가는 반면 딱히 떠오르는 생각, 이름은 없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쇼핑, 상업의 중심지는 도쿄 긴자, 상하이 난징(남경)로, 싱가포르 오챠드가 있고 홍콩의 침샤츄이, 몽콕 야시장거리도 손에 꼽힌다. 우리도 명동, 남대문, 동대문이라는 대표 거리가 있듯이. 거리, 골목을 상징하는 이름은 그 자체가 상징이 되고 도시의 핵심 브랜드가 된다.

#. ‘전국 20여곳의 ~ 리단길’ 사라진 개성들

경리단길은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중 하나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어 명성이 퇴색하고 있지만 최근 거리 상점과 지역 주민들이 합심하여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 골목의 간판, 연예인 홍석천 대표의 속내 다짐이 말하듯. ‘우린 경리단이야~ 앙~’

'~리단길의 시초, 경리단길'

경리단이란 이름은 예전 육군 부대 예산의 집행, 결산을 맡아보는 중앙 경리단이 이곳에 있던 유래에 경리단길이 붙여졌다. 이 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대략 20여곳의 아류 ~리단길이 생겨났다. 근데 이게 필자(마케팅연구자)로선 사단(걱정)거리다.

#. 서울의 리단길 아우들. - 망리단길, 송리단길, 중리단길, 용리단길

망리단길로 불린 거리는 지금 그 어떤 다른 동네보다 핫(hot)한 지역인데, 얼마 전까지도 종종 불려졌다. 이 곳도 일찌감치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해 일부 주민들이 명(名) 거부 서명운동까지 벌인 탓에 지금은 유야무야 된 케이스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도시재생으로 탄생한 서울로 7017 한편 끝자락도로는 만리동, 중림동에 이르는데 급증한 방문객으로 이 동네도 예쁜 점포와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중리단길이 탄생했다. 하지만 옛 거리 추억을 떠올리는 서울시민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기만 하다.

강남의 핫플레이스 잠실 롯데월드옆 석촌호수 인근에는 공식적으로 송리단길이라 칭해진 뜻밖의 거리이름이 공공표지판과 안내도에도 당당히 등장한다. 누가 봐도 그 곳은 잠실, 아니면 석촌이라는 오랜 명명이 있는데도 생경한 단어가, 어디 많이 본듯한 어휘가 보란 듯이 나타났다.

최근 용산 역 일대에는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단지와 아모레퍼시픽 사옥 등이 들어서며 용리단길도 등장했다. 서울에만도 ‘리단길 5형제’가 서로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승자는 어떤 곳이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야 근원과 역사를 안다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대다수 외국인들에겐 그저 종로1가, 2, 3가, 을지로 3가, 4, 5가와 뭐가 다를지 모르겠다.

#. 부평 평리단길, 수원 행리단길, 광주 동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인천 부평에는 평리단길이 있다. 부평+경리단길을 줄인 단어다. 원래 커튼 가게들이 많아 커튼 골목이라 부른 전통시장인데 젊은 상인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평리단길로 발전했다.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는 수원 화성 행궁 인근에도 행리단길이 나타났다. 상권이 뜨고 골목 경제가 활기를 띠는 거야 너무도 반기고 축하할 일이지만 굳이 거리이름도 따라 하기. 미투(Me too)가 필요했을까? 오히려 부평 커튼 스트리트, 화성 행궁길이 더 귓가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광주에는 동리단길이 있다. 구(舊) 전남도청 인근 동명동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가게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지역 명소로 뜨는 동네이다. 전주에는 전주 객사+~리단길을 붙인 객리단길이 있다. 객사 길에서 변형된 이름이지만 젊은 층 사이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나마 조금 특색 있어서. 객사~ (원래 의미가 아닌 길에서 죽는다 라를 떠울릴수도 있는)

#. 경주 황리단길, 대구 봉리단길, 김해 봉리단길. 울산 꽃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범리단길.

황리단 길이 있다. 황남동은 황남빵으로 유명한데, 한옥지구거리가 새롭게 바뀌며 자연스레 불리고 있다. 황리단길은 봉황로를 마주하며 대릉원 주변 내남 사거리 입구부터 시작돼 황남초 네거리까지 돌담 길 약 450m를 일컫는다.

봉리단길이 있다. 유래는 조금 독특하다. 맛집거리로 유명한 대봉동의 대봉도서관 주변에 맛집 골목이 있는데 대봉+~리단길이 합쳐져 봉리단길이 되었다.

봉리단길이 있다. 김해 봉황동에 있는데 이 거리에는 유독 점집이 많아 ‘신의 거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차라리 리단길이 아닌 ‘신의 거리’가 훨씬 부르기 쉽고 인상적인데 굳이 왜 따라 할까 싶다.

울산에는 해안가 꽃 바위 부근에 맛집들이 자리잡으며 ‘꽃리단길’이 나타났다. 아마도 이 지역에 이국적인 음식점, 분위기 좋은 해물포차거리가 있어 바다 풍경을 가득 담은 명소 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쯤 되면 고만하시지요~ 하고 싶지만…

부산에도 해리단길, 범리단길이 있다.

옛 해운대역의 폐로가 철거되면서 생겨난 곳에 아기자기 가게들이 들어서며 해리단길이 생겨났고, 부산의 대표 관광지 고찰인 범어사 주변 상권도 리단길의 아류 범리단길로 불려진다. 과연 이 곳 지역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 단순히 상업적 의도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젠 너무도 흔해 져버린 로데오거리.

사실 ‘~리단길’보다 더 먼저 전국적으로 공통적으로 이름 붙인 거리가 있다. 패션, 의류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칭하는 ‘로데오거리’이다.

원조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이다. 90년대 서울 강남의 최고 핫플레이스로 부러움을 사고 명성이 자자했지만, 신사동 가로수길과 청담동에 밀려 지금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렇다 해도 20여년간 로데오거리의 열풍은 전국을 강타했었다.

문정 로데오거리. 가리봉동 로데오거리. 천호동 로데오거리. 일산 로데오거리. 목동 로데오거리. 건대 로데오거리. 수원역 로데오거리. 의정부 로데오거리. 구월동 로데오거리. 동성로 로데오거리. 해운대 로데오거리. 산본 로데오거리. 광주 로데오거리. 진주 로데오거리, 춘천 로데오거리...연달아 이름 부르기가 숨이 찰만큼 많지만, 대부분 현재까지 그런대로 익숙하게 통용되고 있다. 사실 이름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지 오래이다.

#. 네이밍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한번 명명되면 수년 아니 수십 년을 따라가기에 그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담을 고유한 이름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가 떠오른다. 이름은 존재의 이유를 알려준다. 이제 거리 이름 따라 하기를 그만하면 어떨까?

지역을 명소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남들이 부르는 이름보다는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아 독창적이고 고유한 이름을 갖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야흐로 도시도 경쟁의 시대이다. 2등, 3등이 아닌 1등이 독식하는 시대이다. 하물며 오랫동안 지역민과 방문객, 관광객에게 불려질 이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 하지 말란 말이야~ 거리 이름!”

 

도시문화마케팅컴퍼니- (주)와이어반컬쳐 대표 윤 순 학

스타트업4, STARTU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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